애인캐 전력 60분, 140922 / 휴지젤
주말만 되면 지젤은 고양이 이동장과 넉넉한 크기의 핸드백을 맨 채 외출을 한다. 고양이 라라는 그녀가 지젤과 함께 살기 시작한 뒤부터 계속 주말마다 외출을 한다는 것을 몸소 체득한 바 있었기 때문에 별 말 없이 이동장 안에서 그륵거리기만 했다. 낮은 굽의 구두 끝에서 햇살이 부서진다. 지젤은 끈이 낡은 시계를 보았다. 아홉시 반이다. 열심히 번화가까지 걸어 컵케이크를 사고, 늘 그랬듯이 휴 맥거원의 집으로 향한다면 열시는 넘을 것이다.
2년 전부터 쭉 그렇게 주말마다 그의 집을 방문했지만, 오전에 간다는 건 역시 아직도 어색하다. 오전 열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른 시간에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젤은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하지 않고, 아직 잠이 묻은 눈꺼풀을 느리게 깜빡이며 열심히 걸었다. 묵묵하지만 다정한 그녀의 스승은 지젤이 혹 이렇게 일찍 오는 것이 불편하시냐고 물어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정말 불편하든, 불편하지 않든. 지젤은 차라리 묻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러면 계속 열시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정말로 안 불편하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 했다.
늘 가는 컵케이크 집에 당도하자 주름이 자글자글한 여주인이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오늘도 블루베리 컵케이크? 매주 비슷한 시간에 찾아오는 그녀를 하도 오래 겪은 바 있어, 여주인은 주문이 없어도 소녀가 블루베리 컵케이크를 고를 것임을 알았다. 지젤은 아주 작은 미소와 간결한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여주인은 부산스레 포장상자를 열며 되물었다. 그리고? 지젤은 어느샌가부터 컵케이크를 두 개 사고 있었다. 하나는 휴를 위한 것이었다. 혼자만 먹기가 미안했기도 하고, 빈손으로 가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휴가 먹든 먹지 않든. 오늘은 당근 컵케이크를 골랐다. 갈린 당근이 꽃잎처럼 생크림 위에 올라가 있어 괜히 눈길이 더 간 것이다. 여주인은 계산을 마친 뒤 지젤에게 컵케이크가 든 포장상자를 내밀었다. 지젤은 상자를 핸드백 안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휴 맥거원의 집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담장 위에 꽃들이 늘어져 있는 익숙한 주택지 골목들과 잘못 딛으면 앨리스의 세상으로 갈 것 같은 모퉁이들이 나오고, 그 모든 것들을 지나치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길을 지나치는 동안 바람결에 살랑이는 이름 모를 꽃들을 구경하는 것은 아주 소소한 즐거움이다. 어떤 집의 낮은 담장을 따라서는 덩쿨장미가 피어있다. 덩쿨장미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몸을 기울이던 지젤은 어떤 겨울날을 기억해냈다. 들꽃처럼 그에게 안겨주었던 어떤 말들 또한. 특별한 사람, 그녀의 행복.
지젤 블루버드는 휴 맥거원을 사랑한다. 스물을 넘긴 짧은 삶 동안 그만큼 특별한 이는 또 없었고, 그녀에게 그만큼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것이었다. 휴 맥거원이 언제나 어느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젤은 행복하다.
꽃을... 사갈까, 라라?
지젤은 이동장 안에 든 라라에게 말을 걸었다. 라라는 그녀가 뭐라고 하든 시큰둥하게 굴었지만 눈만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라라가 낮게 우는 것을 듣고 지젤은 작게 웃었다.
제라늄... 플라스틱 화분으로, 사서, 가자. 옌시드도... 좋아, 할 거야. 플라스틱이면, 깨지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언젠가 휴와 함께 읽었던 백과사전 속의 제라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라늄의 꽃말 또한. 지젤은 결코 휴에게 꽃말을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고, 평범한 선물처럼 제라늄을 내밀 것이었지만, 그것이 그녀가 늙은 선생에게 제 마음을 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 마음만큼은 언제나, 오랜 햇살이 잎사귀 속에 스미듯, 밤이슬이 창가의 손수건을 적시듯 그렇게 전해질 것이었으므로.
주말만 되면 지젤은 고양이 이동장과 넉넉한 크기의 핸드백을 맨 채 외출을 한다. 고양이 라라는 그녀가 지젤과 함께 살기 시작한 뒤부터 계속 주말마다 외출을 한다는 것을 몸소 체득한 바 있었기 때문에 별 말 없이 이동장 안에서 그륵거리기만 했다. 낮은 굽의 구두 끝에서 햇살이 부서진다. 지젤은 끈이 낡은 시계를 보았다. 아홉시 반이다. 열심히 번화가까지 걸어 컵케이크를 사고, 늘 그랬듯이 휴 맥거원의 집으로 향한다면 열시는 넘을 것이다.
2년 전부터 쭉 그렇게 주말마다 그의 집을 방문했지만, 오전에 간다는 건 역시 아직도 어색하다. 오전 열시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이른 시간에 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젤은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하지 않고, 아직 잠이 묻은 눈꺼풀을 느리게 깜빡이며 열심히 걸었다. 묵묵하지만 다정한 그녀의 스승은 지젤이 혹 이렇게 일찍 오는 것이 불편하시냐고 물어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가 정말 불편하든, 불편하지 않든. 지젤은 차라리 묻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러면 계속 열시에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얄팍하고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다. 한 편으로는 정말로 안 불편하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조금, 했다.
늘 가는 컵케이크 집에 당도하자 주름이 자글자글한 여주인이 웃으며 그녀를 맞았다. 오늘도 블루베리 컵케이크? 매주 비슷한 시간에 찾아오는 그녀를 하도 오래 겪은 바 있어, 여주인은 주문이 없어도 소녀가 블루베리 컵케이크를 고를 것임을 알았다. 지젤은 아주 작은 미소와 간결한 끄덕임으로 대답했다. 여주인은 부산스레 포장상자를 열며 되물었다. 그리고? 지젤은 어느샌가부터 컵케이크를 두 개 사고 있었다. 하나는 휴를 위한 것이었다. 혼자만 먹기가 미안했기도 하고, 빈손으로 가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휴가 먹든 먹지 않든. 오늘은 당근 컵케이크를 골랐다. 갈린 당근이 꽃잎처럼 생크림 위에 올라가 있어 괜히 눈길이 더 간 것이다. 여주인은 계산을 마친 뒤 지젤에게 컵케이크가 든 포장상자를 내밀었다. 지젤은 상자를 핸드백 안에 넣고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휴 맥거원의 집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담장 위에 꽃들이 늘어져 있는 익숙한 주택지 골목들과 잘못 딛으면 앨리스의 세상으로 갈 것 같은 모퉁이들이 나오고, 그 모든 것들을 지나치다보면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길을 지나치는 동안 바람결에 살랑이는 이름 모를 꽃들을 구경하는 것은 아주 소소한 즐거움이다. 어떤 집의 낮은 담장을 따라서는 덩쿨장미가 피어있다. 덩쿨장미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에 몸을 기울이던 지젤은 어떤 겨울날을 기억해냈다. 들꽃처럼 그에게 안겨주었던 어떤 말들 또한. 특별한 사람, 그녀의 행복.
지젤 블루버드는 휴 맥거원을 사랑한다. 스물을 넘긴 짧은 삶 동안 그만큼 특별한 이는 또 없었고, 그녀에게 그만큼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 것이었다. 휴 맥거원이 언제나 어느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지젤은 행복하다.
꽃을... 사갈까, 라라?
지젤은 이동장 안에 든 라라에게 말을 걸었다. 라라는 그녀가 뭐라고 하든 시큰둥하게 굴었지만 눈만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 라라가 낮게 우는 것을 듣고 지젤은 작게 웃었다.
제라늄... 플라스틱 화분으로, 사서, 가자. 옌시드도... 좋아, 할 거야. 플라스틱이면, 깨지지, 않을 테니까.
그녀는 언젠가 휴와 함께 읽었던 백과사전 속의 제라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라늄의 꽃말 또한. 지젤은 결코 휴에게 꽃말을 이야기 하지 않을 것이고, 평범한 선물처럼 제라늄을 내밀 것이었지만, 그것이 그녀가 늙은 선생에게 제 마음을 전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었다. 그 마음만큼은 언제나, 오랜 햇살이 잎사귀 속에 스미듯, 밤이슬이 창가의 손수건을 적시듯 그렇게 전해질 것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