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빈스톡은 애초부터 Cats on mars를 가족 같은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사실 스트립클럽에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는 것이다. 캐롤라인은 헐벗었거나 속옷바람으로 춤추고 나돌아다니는 여자나 남자들을 보러 온갖 사람들이 왔다가는 퇴폐적인 업소에 무슨 가족 같은 분위기야, 차라리 좆같겠지. 하고 일침을 던졌으나 스트리퍼들은 의외로 다들 잘 지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대체로 형성하고 있었다. 사라나 제스, 클로디아가 그랬다.
사라 맥밀란은 밝히는 여자로 Cats on mars에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그녀 자신도 그 소문을 악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사라는 스트립걸이 좀 밝히면 어때, 하고 코웃음치는 여자였다.
"그치, 안 그래?"
그녀는 클로디아의 후크를 채우며 동의를 구했다. 톤 높은 사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만족한 얼굴로 클로디아의 부스스한 금발 위에 화려한 장식을 얹어주곤 이어 화장을 이리저리 살폈다. 좀 뜬 것도 같았다.
"너 근데 요새 얼굴이 왜 그래. 잠 잘 못 자는 거야?"
클로디아는 사라의 오지랖이 싫지 않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작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사라는 클로디아가 늘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대답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넘어갔다.
그 다음 날 제시카 우디버그는 사라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프라이빗 댄스를 넘어 떡을 치다가 침대에서 잘못 굴러떨어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병신 같은 년. 그러니까 인간은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하면 안 되는 거야. 제스는 반쯤 진심으로 욕을 내뱉으면서도 병문안을 가지 않겠느냐고 클로디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txt msg. Hey Claudy Its me, Jess. R U busy now? Why dont we go to sarah of broken leg?]
그게 오후 한 시 쯤이었다. 그러나 삼십분이 지나도 답은 오지 않아서, 제스는 중간에 전화라도 해볼까 했지만 잠을 자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뒀다. 뭐라도 먹고 혼자라도 가야겠다며 토스트를 구워 피넛버터를 바르던 찰나에, 답장이 도착했다. 귀신 같은 년. 제스는 피넛버터를 다 바른 빵을 입에 문 뒤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txt msg. Sorry I'm busy now but free at 4 O'clock]
클로디아의 문자는 굉장히 문법에 신경 쓴 티가 났다. 제스는 얘는 뭘 이렇게 문자를 딱딱하게 보내는가 생각을 하다가, 클로디아가 가끔 어려운 영어 단어 앞에서 멍한 얼굴로 은근히 쩔쩔맨다는 걸 떠올렸고, 열심히 영어공부라도 하는 중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것이라면 클로디아의 성격 상 일상 속에서도 배운 것을 응용하려 들 것이었으므로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제스는 기름기가 묻은 손으로 툭툭 화면을 두드렸다. 제 생각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확실히 물어보면 될 것이었다.
[txt msg. OK than call me when u r free]
그리고 클로디아를 만나면 영어공부를 하느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제스는, 4시 반에 물이 덜 말라 아직 축축한 머리를 한 채 눈을 껌뻑이는 클로디아를 만난 뒤 준비한 질문을 싸그리 날려먹고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너 뭐야? 아까 자느라 바빴어? 클로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자다 나온 인상이라기보단 생기가 감돌고, 그녀가 어깨에 매고 있는 에코백의 내용물이 제법 신선하다. 수건과 물병, 무언가의 연습복과- 제스는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다. 토슈즈? 클로디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제스는 일단 사라의 병문안부터 가자고 발을 떼었으나 에코백의 내용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건 그만두지 않았다.
"웬 토슈즈야? 네 거? 취미로?"
클로디아는 취미냐고 물은 부분에서 우울한 얼굴로 대답을 주저했다. 제스는 기집애가 빨리빨리 대답 좀 하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물론 제스의 그 말에 악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클로디아는 난처하게 웃곤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취미라기엔, 제 전부... 예요."
"발레를 좋아해?"
"...네, 사랑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요."
"그런데 왜 발레리나 안 하고 스트립걸이나 하고 있는 건데?"
"...사정이... 복잡해요."
클로디아의 얼굴은 퍽 우울했다. 평소보다 더 우울한 것 같아보이기도 했다. 제스는 그런 얼굴 하지 말라는 듯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하긴 우리 모두가 그렇지. 그래서, 발레 연습 하는 거?"
"...얼마 전부터, 용기... 내서 10시부터, 연습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3시나, 3시 반... 까지요."
"...뭐?"
열시부터 그 때까지면, 족히 다섯시간은 연습한다는 소리다. 제스는 혀를 차며 물었다.
"야 너 완전 무리하는 거 아냐? 밤에도 춤추잖아."
"...그치만, 사실, 모자란 걸요. 발레리나들은, 더 많이 연습, 해요."
"발레리나 되고 싶었어?"
"...언제나, 되고 싶어요."
클로디아는 수줍은 듯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며 대답했다. 문득 제스는 클로디아가 그렇게 웃은 적이 별로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늘 웃어도 어딘가 우울함이 서린 미소만 짓던 그녀였다. 그런 얼굴만 보다가, 빛이라도 스민듯한 수줍은 미소를 보니 신선하기도 하면서, 그만큼 발레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뭐라 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말이 없던 제스가 겨우 꺼낸 말은 고작 밥 이야기였다.
"그래서 밥은 먹었냐."
"사과 쿠키, 하나…."
"그걸로 밥이 돼?"
"……."
제스는 혀를 찬 뒤, 병문안 선물을 핑계로 사라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도넛 가게에 들러, 6개짜리 세트를 사는 김에 클로디아 손에도 글레이즈드 하나를 쥐어주고야 말았다. 클로디아는 도넛을 내려다보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잠시 후에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쥐어졌을 땐 더 했다. 먹으면서 따라와, 나 놓치지 말고. 제스가 단단히 엄포를 놓는 걸 보며, 클로디아는 울상을 지었다. 양손이 다 차서 제스의 손을 잡질 못해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클로디아는 사라의 집 앞까지 무사히 제스를 쫓아갈 수 있었다.
사라는 칙칙한 빌라 3층의 작은 방에서 깁스를 한 다리를 질질 끌며 그들을 반겼다. 제스는 사라를 보자마자 그 다리를 걷어차고 싶어했지만 클로디아가 간절히 말렸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사라는 제 다리의 은인인 클로디아를 옆에 끼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클로디아는 사라에게서 나는 샴푸 냄새를 강아지처럼 맡았다. 그 다리로 용케 머리는 감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끄트머리가 좀 젖어있는 듯도 했다. 제스가 사라에게 처먹으라면서 글레이즈드 세트를 툭 던졌다. 상자는 엎어지지 않았으나 사라는 미친 년아, 먹을 걸 왜 던지냐 따위의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상자를 곱게 열었고 설탕 코팅이 조금 깨진 글레이즈드 하나를 입에 물었다.
"먹을래?"
제스는 말 없이 제가 사온 글레이즈드를 벌써 입에 물고 있었으니, 분명 그것은 클로디아에게 하는 말일 터였다. 사라의 눈을 바라보며 클로디아는 고개를 완강하게 저었다.
"왜, 살 찔까봐 그래, 기집애야?"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그걸 보고 온 얼굴로 '이 재수없는 기집애'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거 하나 먹는다고 뭐가 살찐다구 그래. 어차피 우리는 밤에 엄청 춤출 건데. 그러니까 괜찮아, 하나 정돈-"
"쟤 먹이지 마. 발레 한대."
벌써 하나를 다 먹어치우고 두 개 째의 글레이즈드를 입에 문 제스의 말이었다. 사라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제스를 돌아봤다가, 클로디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진짜야? 클로디아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뭐 발레는 존나 힘들지 않아? 그만큼 움직일 거 아냐? 그러니까 먹어도 되잖아."
"살찔까봐 안 먹겠다는데 내비둬. 그거 뭐, 발레 막 발끝으로 서고 그러지 않냐, 그러려면 더 가벼워야지."
"쟤보고 저기서 더 가벼워지라고?"
"야, 발레리나들 못 봤냐. 존나 말라깽이던데. 클로디아한텐 미안하지만 발레리나 하고 싶다면 살 더 빼야할걸."
모두 맞는 말이었다. 클로디아는 조금 우울한 얼굴로 남은 글레이즈드 4개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사라는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된다고 또 한 번의 유혹을 했지만, 클로디아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처럼 고개를 저었다. 그 올곧은 완강함에 사라는 포기하고 도로 물었다.
"발레는 왜 해?"
"……발레, 사랑해요."
"야, 제스! 나 얘가 남자친구 없는 이유를 알았어. 발레랑 사랑에 빠진 거야."
클로디아는 애인이 있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분명히 사라라면 애인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글레이즈드를 팝콘처럼 입에 밀어넣으며 온갖 것을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 뻔했다. 구석 바닥에 놓인 라디오를 틀어서 최신 가요 채널로 맞추고 있던 제스가 맞장구를 쳤다.
"아이고, 클로디아랑 발레는 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네, 그렇게 발레를 사랑하는데 이뤄질 수 없다니."
"뭐야, 뭐, 왜 못 이뤄져?"
"쟤, 발레리나 하기엔 나이가 좀 들지 않았냐."
클로디아는 제스의 냉소적인 말을 주워섬기며 라디오의 안테나 끝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다 맞는 말이었다. 다른 재능 있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파리에서 발레를 하고 있었을 때 자신은 본의 아니게 미국으로 와서 두려운 삶을 영위해왔다. 발레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은 없었지만 그 아이들만큼의 고통스러운 연습 혹은 황홀한 인내의 시간을 지내지는 못했다. 잃어버린 유년시절이었다. 그렇게 우울의 늪에 막 빠지려던 찰나, 사라의 톤 높은 목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뭐가 문제야! 클로디아는 아직 스물한살이야! 뭐든 하면 되잖아! 그 뭐지, 뭐라 그러니, 프리마 발레리나? 그거는 못 해도, 뭐 연습생이라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나중엔 발레교습소를 차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에투왈은 못 해도, 다른 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가슴을 뒤흔들었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 조금 포기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안 될 거니까, 너무 늦었으니까, 연습이라도 게을리 하지 말자고. 이토록 사랑하지만.
하지만 사라의 말이 맞았다. 꼭 에투왈이 되지 않아도, 발레를 할 수 있는 길은 많았다. 조금씩 연습하는 지금처럼, 발레교습소에 간다면, 더 열심히 한다면… 어쩌면.
문득 어떤 결심이 섰다.
"그만 두고 싶다고?"
캐롤라인 빈스톡은 블랙체리스톤을 입에 문 채로 시큰둥한 얼굴로 되물었다. 눈앞의 스트리퍼는 우울한 얼굴을 한 채 바닥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대답이 돌아오진 않는다. 그녀는 재차 묻는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너 담배 안 피우던가, 클로디아?"
...네. 작은 대답이 돌아왔다. 캐롤라인은 담배를 끄는 대신 창가로 갔다. 후끈한 밤바람이 좁은 틈새로 밀려 들어온다. 캐롤라인은 연기를 창 틈새로 내불고 물었다.
"왜 그만두려고? 뭐 어디 아파?"
"......아뇨, 그... 춤을, 추려고요."
"춤?"
캐롤라인은 창틀에 대충 담배를 비벼끄려다 되돌아와 재떨이에 담배를 꾹꾹 눌렀다. 클로디아는 캐롤라인의 새빨간 손톱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캐롤라인은 화장이 진한 눈꺼풀을 대수롭지 않게 껌뻑이며 대답했다.
"춤이라면 여기서도 출 수 있잖아."
클로디아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다가 고해성사라도 하는 여인처럼 깍지를 꽉 끼고 작게 대답했다.
"...발레, 다시... 하려고요. 하고... 싶어서요."
발레? 고상한 취미인데. 뭐 그런 거면 이런 곳에선 못 하지. 캐롤라인은 솔직한 감상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클로디아는 혹여 그녀가 허락해주지 않을까 불안한 얼굴을 했다. Cats on mars의 사장은 턱을 괴고 손톱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다가 시원스레 내뱉었다.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상관 없어. 마음대로 해. 여긴 스트립클럽이지 사창가가 아니니까 널 굳이 잡을 이유도 없어."
"...고맙, 습니다."
캐롤라인은 클로디아가 조금은 환하게 웃는 걸 보다가, 그녀를 채용한 이후 저런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어색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런데, 그만 두면 어디 가려고? 다른 일자리는 구했어? 그 뭐, 발레 아카데미 같은 곳 가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런 곳은 비싸지 않아?"
"...아직, 못 구했... 어요. 그리고... 좀, 비싸... 긴... 하지만."
저축, 한 거... 어떻게든, 하면. 클로디아의 입 속에서 말들이 뭉그러졌다. 캐롤라인은 픽 웃었다. 그래, 잘 살어, 이 기집애야. 캐롤라인은 약간 말투가 험했지만 그런 단어들에 악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클로디아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조심스레 캐롤라인의 앞을 떠났다.
"미즈 빈스톡."
문 밖을 나서기 전, 클로디아는 캐롤라인을 불렀다. 막 새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캐롤라인이 왜 그러냐는듯 턱짓을 했다.
"…고마, 웠어요. 저 같은 사람, 채용해, 주셔서."
캐롤라인은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서 떼고 한숨처럼 내뱉었다.
"참나. 별 걸 다 고마워 하네. 됐고, 언젠가 길거리에서 만나면 아는 척이나 해."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장실을 나섰다. 이대로 그냥 갈까 싶었지만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제스나 사라에게도 전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 클로디아는 대기실로 갔다. 두 사람은 다른 스트립걸들 사이에서 한참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가, 소박하고 단정한 옷을 차려입은 클로디아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왜 준비 안 해? …저, 이제, 그만, 둬요. 그 말에 사라는 조금 충격 받은 얼굴을 했지만 제스는 아니었다.
"발레 하러 가?"
클로디아는 수줍게, 하지만 희망 어린 얼굴로 웃었다.
"네."
제스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가끔 연락해.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워서 표정이 무너진 사라를 꼬옥 안아주었다. 연락, 할게요. 주어는 없었지만 클로디아는 그 말이 제스와 사라 두 여자 모두를 향하는 것임을, 그녀들이 알아주리라고 생각했다. 대기실을 떠나는 발치로, 잘 가라는 인사가 떨어졌다. 클로디아는 가을녘 떨어진 단풍잎처럼 그 인사를 주워들고 건물을 아주 나섰다.
밤바람은 습기를 조금 머금고 있었다. 이 시간에 퇴근을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더 이상 매일 밤마다 클로디아라는 이름으로 불릴 일이 없는 여인은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검은 마천루 그림자 속에다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목에 건 반지가 걸음을 뗄 때마다 움직이며 가슴을 두드린다. 반지의 주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지젤로서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젤은 이 반지의 주인이, 내색은 그리 하지 않는다만 자신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조금 많이(아니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많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씀 드려야지, 이제 그만뒀다고.
그녀는 마치 아스팔트 바닥이 트램펄린인 것처럼 걸었다. 사실 이제 스트립클럽보다는 건전한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었고, 발레교습소도 한 번 알아봐야 했다. 할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부풀어 있었다.
새는 밤거리를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어떤 용기를 실은 날개짓이었다.
사라 맥밀란은 밝히는 여자로 Cats on mars에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그녀 자신도 그 소문을 악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사라는 스트립걸이 좀 밝히면 어때, 하고 코웃음치는 여자였다.
"그치, 안 그래?"
그녀는 클로디아의 후크를 채우며 동의를 구했다. 톤 높은 사라의 목소리를 들으며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만족한 얼굴로 클로디아의 부스스한 금발 위에 화려한 장식을 얹어주곤 이어 화장을 이리저리 살폈다. 좀 뜬 것도 같았다.
"너 근데 요새 얼굴이 왜 그래. 잠 잘 못 자는 거야?"
클로디아는 사라의 오지랖이 싫지 않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작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사라는 클로디아가 늘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대답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넘어갔다.
그 다음 날 제시카 우디버그는 사라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 프라이빗 댄스를 넘어 떡을 치다가 침대에서 잘못 굴러떨어지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병신 같은 년. 그러니까 인간은 하지 말라고 하는 건 하면 안 되는 거야. 제스는 반쯤 진심으로 욕을 내뱉으면서도 병문안을 가지 않겠느냐고 클로디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txt msg. Hey Claudy Its me, Jess. R U busy now? Why dont we go to sarah of broken leg?]
그게 오후 한 시 쯤이었다. 그러나 삼십분이 지나도 답은 오지 않아서, 제스는 중간에 전화라도 해볼까 했지만 잠을 자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뒀다. 뭐라도 먹고 혼자라도 가야겠다며 토스트를 구워 피넛버터를 바르던 찰나에, 답장이 도착했다. 귀신 같은 년. 제스는 피넛버터를 다 바른 빵을 입에 문 뒤 메시지를 확인했다.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txt msg. Sorry I'm busy now but free at 4 O'clock]
클로디아의 문자는 굉장히 문법에 신경 쓴 티가 났다. 제스는 얘는 뭘 이렇게 문자를 딱딱하게 보내는가 생각을 하다가, 클로디아가 가끔 어려운 영어 단어 앞에서 멍한 얼굴로 은근히 쩔쩔맨다는 걸 떠올렸고, 열심히 영어공부라도 하는 중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 것이라면 클로디아의 성격 상 일상 속에서도 배운 것을 응용하려 들 것이었으므로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제스는 기름기가 묻은 손으로 툭툭 화면을 두드렸다. 제 생각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확실히 물어보면 될 것이었다.
[txt msg. OK than call me when u r free]
그리고 클로디아를 만나면 영어공부를 하느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제스는, 4시 반에 물이 덜 말라 아직 축축한 머리를 한 채 눈을 껌뻑이는 클로디아를 만난 뒤 준비한 질문을 싸그리 날려먹고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너 뭐야? 아까 자느라 바빴어? 클로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자다 나온 인상이라기보단 생기가 감돌고, 그녀가 어깨에 매고 있는 에코백의 내용물이 제법 신선하다. 수건과 물병, 무언가의 연습복과- 제스는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다. 토슈즈? 클로디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제스는 일단 사라의 병문안부터 가자고 발을 떼었으나 에코백의 내용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건 그만두지 않았다.
"웬 토슈즈야? 네 거? 취미로?"
클로디아는 취미냐고 물은 부분에서 우울한 얼굴로 대답을 주저했다. 제스는 기집애가 빨리빨리 대답 좀 하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물론 제스의 그 말에 악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클로디아는 난처하게 웃곤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취미라기엔, 제 전부... 예요."
"발레를 좋아해?"
"...네, 사랑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요."
"그런데 왜 발레리나 안 하고 스트립걸이나 하고 있는 건데?"
"...사정이... 복잡해요."
클로디아의 얼굴은 퍽 우울했다. 평소보다 더 우울한 것 같아보이기도 했다. 제스는 그런 얼굴 하지 말라는 듯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하긴 우리 모두가 그렇지. 그래서, 발레 연습 하는 거?"
"...얼마 전부터, 용기... 내서 10시부터, 연습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3시나, 3시 반... 까지요."
"...뭐?"
열시부터 그 때까지면, 족히 다섯시간은 연습한다는 소리다. 제스는 혀를 차며 물었다.
"야 너 완전 무리하는 거 아냐? 밤에도 춤추잖아."
"...그치만, 사실, 모자란 걸요. 발레리나들은, 더 많이 연습, 해요."
"발레리나 되고 싶었어?"
"...언제나, 되고 싶어요."
클로디아는 수줍은 듯한 미소를 입가에 걸치며 대답했다. 문득 제스는 클로디아가 그렇게 웃은 적이 별로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늘 웃어도 어딘가 우울함이 서린 미소만 짓던 그녀였다. 그런 얼굴만 보다가, 빛이라도 스민듯한 수줍은 미소를 보니 신선하기도 하면서, 그만큼 발레를 하고 싶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뭐라 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한참 말이 없던 제스가 겨우 꺼낸 말은 고작 밥 이야기였다.
"그래서 밥은 먹었냐."
"사과 쿠키, 하나…."
"그걸로 밥이 돼?"
"……."
제스는 혀를 찬 뒤, 병문안 선물을 핑계로 사라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도넛 가게에 들러, 6개짜리 세트를 사는 김에 클로디아 손에도 글레이즈드 하나를 쥐어주고야 말았다. 클로디아는 도넛을 내려다보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잠시 후에 차가운 아메리카노가 쥐어졌을 땐 더 했다. 먹으면서 따라와, 나 놓치지 말고. 제스가 단단히 엄포를 놓는 걸 보며, 클로디아는 울상을 지었다. 양손이 다 차서 제스의 손을 잡질 못해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클로디아는 사라의 집 앞까지 무사히 제스를 쫓아갈 수 있었다.
사라는 칙칙한 빌라 3층의 작은 방에서 깁스를 한 다리를 질질 끌며 그들을 반겼다. 제스는 사라를 보자마자 그 다리를 걷어차고 싶어했지만 클로디아가 간절히 말렸기 때문에 그만두었다. 사라는 제 다리의 은인인 클로디아를 옆에 끼고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클로디아는 사라에게서 나는 샴푸 냄새를 강아지처럼 맡았다. 그 다리로 용케 머리는 감은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직 끄트머리가 좀 젖어있는 듯도 했다. 제스가 사라에게 처먹으라면서 글레이즈드 세트를 툭 던졌다. 상자는 엎어지지 않았으나 사라는 미친 년아, 먹을 걸 왜 던지냐 따위의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상자를 곱게 열었고 설탕 코팅이 조금 깨진 글레이즈드 하나를 입에 물었다.
"먹을래?"
제스는 말 없이 제가 사온 글레이즈드를 벌써 입에 물고 있었으니, 분명 그것은 클로디아에게 하는 말일 터였다. 사라의 눈을 바라보며 클로디아는 고개를 완강하게 저었다.
"왜, 살 찔까봐 그래, 기집애야?"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는 그걸 보고 온 얼굴로 '이 재수없는 기집애'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거 하나 먹는다고 뭐가 살찐다구 그래. 어차피 우리는 밤에 엄청 춤출 건데. 그러니까 괜찮아, 하나 정돈-"
"쟤 먹이지 마. 발레 한대."
벌써 하나를 다 먹어치우고 두 개 째의 글레이즈드를 입에 문 제스의 말이었다. 사라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제스를 돌아봤다가, 클로디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진짜야? 클로디아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뭐 발레는 존나 힘들지 않아? 그만큼 움직일 거 아냐? 그러니까 먹어도 되잖아."
"살찔까봐 안 먹겠다는데 내비둬. 그거 뭐, 발레 막 발끝으로 서고 그러지 않냐, 그러려면 더 가벼워야지."
"쟤보고 저기서 더 가벼워지라고?"
"야, 발레리나들 못 봤냐. 존나 말라깽이던데. 클로디아한텐 미안하지만 발레리나 하고 싶다면 살 더 빼야할걸."
모두 맞는 말이었다. 클로디아는 조금 우울한 얼굴로 남은 글레이즈드 4개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사라는 먹고 싶으면 먹어도 된다고 또 한 번의 유혹을 했지만, 클로디아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처럼 고개를 저었다. 그 올곧은 완강함에 사라는 포기하고 도로 물었다.
"발레는 왜 해?"
"……발레, 사랑해요."
"야, 제스! 나 얘가 남자친구 없는 이유를 알았어. 발레랑 사랑에 빠진 거야."
클로디아는 애인이 있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입을 다물고 있었다. 분명히 사라라면 애인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글레이즈드를 팝콘처럼 입에 밀어넣으며 온갖 것을 꼬치꼬치 캐물을 것이 뻔했다. 구석 바닥에 놓인 라디오를 틀어서 최신 가요 채널로 맞추고 있던 제스가 맞장구를 쳤다.
"아이고, 클로디아랑 발레는 완전 로미오와 줄리엣이네, 그렇게 발레를 사랑하는데 이뤄질 수 없다니."
"뭐야, 뭐, 왜 못 이뤄져?"
"쟤, 발레리나 하기엔 나이가 좀 들지 않았냐."
클로디아는 제스의 냉소적인 말을 주워섬기며 라디오의 안테나 끝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다 맞는 말이었다. 다른 재능 있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파리에서 발레를 하고 있었을 때 자신은 본의 아니게 미국으로 와서 두려운 삶을 영위해왔다. 발레를 단 한 번도 잊은 적은 없었지만 그 아이들만큼의 고통스러운 연습 혹은 황홀한 인내의 시간을 지내지는 못했다. 잃어버린 유년시절이었다. 그렇게 우울의 늪에 막 빠지려던 찰나, 사라의 톤 높은 목소리가 귓가를 두드렸다.
"뭐가 문제야! 클로디아는 아직 스물한살이야! 뭐든 하면 되잖아! 그 뭐지, 뭐라 그러니, 프리마 발레리나? 그거는 못 해도, 뭐 연습생이라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나중엔 발레교습소를 차릴 수 있을지도 몰라!"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이 느껴졌다.
에투왈은 못 해도, 다른 건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가슴을 뒤흔들었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 조금 포기하고 있었던 건지도 몰랐다. 안 될 거니까, 너무 늦었으니까, 연습이라도 게을리 하지 말자고. 이토록 사랑하지만.
하지만 사라의 말이 맞았다. 꼭 에투왈이 되지 않아도, 발레를 할 수 있는 길은 많았다. 조금씩 연습하는 지금처럼, 발레교습소에 간다면, 더 열심히 한다면… 어쩌면.
문득 어떤 결심이 섰다.
"그만 두고 싶다고?"
캐롤라인 빈스톡은 블랙체리스톤을 입에 문 채로 시큰둥한 얼굴로 되물었다. 눈앞의 스트리퍼는 우울한 얼굴을 한 채 바닥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대답이 돌아오진 않는다. 그녀는 재차 묻는 대신 다른 질문을 했다.
"너 담배 안 피우던가, 클로디아?"
...네. 작은 대답이 돌아왔다. 캐롤라인은 담배를 끄는 대신 창가로 갔다. 후끈한 밤바람이 좁은 틈새로 밀려 들어온다. 캐롤라인은 연기를 창 틈새로 내불고 물었다.
"왜 그만두려고? 뭐 어디 아파?"
"......아뇨, 그... 춤을, 추려고요."
"춤?"
캐롤라인은 창틀에 대충 담배를 비벼끄려다 되돌아와 재떨이에 담배를 꾹꾹 눌렀다. 클로디아는 캐롤라인의 새빨간 손톱을 바라보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캐롤라인은 화장이 진한 눈꺼풀을 대수롭지 않게 껌뻑이며 대답했다.
"춤이라면 여기서도 출 수 있잖아."
클로디아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다가 고해성사라도 하는 여인처럼 깍지를 꽉 끼고 작게 대답했다.
"...발레, 다시... 하려고요. 하고... 싶어서요."
발레? 고상한 취미인데. 뭐 그런 거면 이런 곳에선 못 하지. 캐롤라인은 솔직한 감상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클로디아는 혹여 그녀가 허락해주지 않을까 불안한 얼굴을 했다. Cats on mars의 사장은 턱을 괴고 손톱으로 입술을 톡톡 두드리다가 시원스레 내뱉었다. 그녀는 그런 여자였다.
"상관 없어. 마음대로 해. 여긴 스트립클럽이지 사창가가 아니니까 널 굳이 잡을 이유도 없어."
"...고맙, 습니다."
캐롤라인은 클로디아가 조금은 환하게 웃는 걸 보다가, 그녀를 채용한 이후 저런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어색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런데, 그만 두면 어디 가려고? 다른 일자리는 구했어? 그 뭐, 발레 아카데미 같은 곳 가려고 하는 거 같은데, 그런 곳은 비싸지 않아?"
"...아직, 못 구했... 어요. 그리고... 좀, 비싸... 긴... 하지만."
저축, 한 거... 어떻게든, 하면. 클로디아의 입 속에서 말들이 뭉그러졌다. 캐롤라인은 픽 웃었다. 그래, 잘 살어, 이 기집애야. 캐롤라인은 약간 말투가 험했지만 그런 단어들에 악의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제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클로디아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조심스레 캐롤라인의 앞을 떠났다.
"미즈 빈스톡."
문 밖을 나서기 전, 클로디아는 캐롤라인을 불렀다. 막 새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캐롤라인이 왜 그러냐는듯 턱짓을 했다.
"…고마, 웠어요. 저 같은 사람, 채용해, 주셔서."
캐롤라인은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서 떼고 한숨처럼 내뱉었다.
"참나. 별 걸 다 고마워 하네. 됐고, 언젠가 길거리에서 만나면 아는 척이나 해."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사장실을 나섰다. 이대로 그냥 갈까 싶었지만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제스나 사라에게도 전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 클로디아는 대기실로 갔다. 두 사람은 다른 스트립걸들 사이에서 한참 바쁘게 준비하고 있다가, 소박하고 단정한 옷을 차려입은 클로디아를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 왜 준비 안 해? …저, 이제, 그만, 둬요. 그 말에 사라는 조금 충격 받은 얼굴을 했지만 제스는 아니었다.
"발레 하러 가?"
클로디아는 수줍게, 하지만 희망 어린 얼굴로 웃었다.
"네."
제스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가끔 연락해. 클로디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쉬워서 표정이 무너진 사라를 꼬옥 안아주었다. 연락, 할게요. 주어는 없었지만 클로디아는 그 말이 제스와 사라 두 여자 모두를 향하는 것임을, 그녀들이 알아주리라고 생각했다. 대기실을 떠나는 발치로, 잘 가라는 인사가 떨어졌다. 클로디아는 가을녘 떨어진 단풍잎처럼 그 인사를 주워들고 건물을 아주 나섰다.
밤바람은 습기를 조금 머금고 있었다. 이 시간에 퇴근을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더 이상 매일 밤마다 클로디아라는 이름으로 불릴 일이 없는 여인은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검은 마천루 그림자 속에다 몸을 녹이기 시작했다.
목에 건 반지가 걸음을 뗄 때마다 움직이며 가슴을 두드린다. 반지의 주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지젤로서는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지젤은 이 반지의 주인이, 내색은 그리 하지 않는다만 자신이 이런 일을 한다는 것에 조금 많이(아니 어쩌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많이) 걱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씀 드려야지, 이제 그만뒀다고.
그녀는 마치 아스팔트 바닥이 트램펄린인 것처럼 걸었다. 사실 이제 스트립클럽보다는 건전한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었고, 발레교습소도 한 번 알아봐야 했다. 할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은 부풀어 있었다.
새는 밤거리를 가로지르며 날아갔다. 어떤 용기를 실은 날개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