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지젤
내색하지 않더라도 지젤은 자신이 줄곧 가족이 가지고 싶었음을 잘 알았다. 기실 친척을 찾아보려 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터무니 없이 늦은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걸.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지도 모른다고, 내심 희망 같은 것을 품은지도 몰랐다. 낯설어서, 혹은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제가 발걸음을 먼저 떼지 못할지라도. 유진 하웰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친근하고 다정해서 기댈 수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 지젤은 어느 새 유진을 대할 때의 자신이 그리 뻣뻣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호의를 적당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녀가 날씨 좋은 주말에 공원에 소풍이라도 가자고 제안했던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한 것 또한. 지젤은 유진이 장미와 향수를 챙겨줬던 것을 생각하고, 뭔가 자신도 해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피크닉 바구니를 챙겨들었다. 곰곰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뭐라도 사가자, 였고 지젤은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일부러 큰 베이커리에 들러 바움쿠헨을 샀다. 그러고 보니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녀는 헐레벌떡 약속장소로 뛰어갔다. 유진은 벌써 와 있었다. 그녀의 개도 함께였다. 지젤은 유진에게 먼저 인사하고, 그녀의 애완견에게도 인사했다. 유진은 사람 좋게 웃으며 적당한 자리를 봐놨다고 말했고, 지젤은 그녀보다 자신이 늦었다는 것에 미안해 했지만 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지젤은 그런 그녀를 보다가 바구니를 뒤적여 바움쿠헨을 꺼낸 뒤 유진에게 조심스레 빵을 내밀었다. 선물, 이예요. ...유진 씨. 지젤은 그녀의 말을 듣고 좋은 의미로 멈칫한 유진을 보고 수더분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