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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휴와 지젤과 리딜
 리딜 콘스탄틴의 옆집에는 그의 마음에 쏙 드는 이웃이 살고 있었고, 리딜은 그 이웃집에 주말마다 작은 소녀-같은 여인-가 드나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씩, 자신의 코앞에 닥친 자잘하고 사소한 일들을 다 어떻게든 치우고 나서야 그런 사실이 떠오르곤 하는 때에, 리딜은 제 이웃집으로 시선을 기웃거리곤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게 오늘, 일요일이었다.

  멍멍. 개 짖는 소리가 창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제법 익숙한 톤과 가깝게 느껴지는 거리를 쟀을 때 늙은 코기 옌시드로 추정된다. 오, 옌시드. 리딜은 그의 바지를 털 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던 작은 개의 모습을 떠올리며 문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다. 과연 옌시드였다. 그리고 리딜은 옌시드 바로 뒤에서 목줄을 잡고 있는 지젤과, 그녀의 뒤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휴를 발견했다. 지젤은 드물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일요일이었어! 그렇게 중얼거리며 리딜은 두 사람을 불러볼까 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갑자기 발생한 작은 사건에 그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작은 사건이란, 옌시드의 급발진이었다. 뭐라도 발견했는지, 갑자기 옌시드가 그 짧은 다리로 우다다 달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바람에 목줄을 잡고 있던 지젤이 쭉 끌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딜은 옌시드의 급발진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지젤만이 아니란 걸 곧 깨달았다. 지젤의 뒤에서 따라가던 휴 또한 갑자기 몇 걸음 끌려간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유심히 보던 리딜은 왜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을 것만 같던 휴가, 지젤을 따라 끌려간 것인지를 알아챘다. 지젤의 작은 손이, 휴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 사이 좋네. 그런 감탄사를 내뱉으며, 리딜은 두 사람과 개 한 마리가 총총, 산책을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숨을 크게 부풀렸다가, 한꺼번에 내뱉으며 이번에야말로 소리를 쳤다.

  "맥거원 씨! 지젤! 산책 잘 다녀와요! 올 때 메로나!"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두 사람이 리딜을 향해 고개를 돌린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리딜은 그 두 시선을 한꺼번에 받으며, 씨익 웃었다. 아, 진짜 메로나 사다주실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