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캐롤라인 빈스톡은 애초부터 Cats on mars를 가족 같은 직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하지는 않았다. 사실 스트립클럽에 가족 같은 분위기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는 것이다. 캐롤라인은 헐벗었거나 속옷바람으로 춤추고 나돌아다니는 여자나 남자들을 보러 온갖 사람들이 왔다가는 퇴폐적인 업소에 무슨 가족 같은 분위기야, 차라리 좆같겠지. 하고 일침을 던졌으나 스트리퍼들은 의외로 다들 잘 지내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대체로 형성하고 있었다. 사라나 제스, 클로디아가 그랬다.
2
사라 맥밀란은 밝히는 여자로 Cats on mars에 소문이 파다했지만 그 누구도 심지어 그녀 자신도 그 소문을 악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녀가 춤을 추고 몇 번째인지 모를 남자와 뒹굴다가 다리가 부러질 날에 사라는 스트립걸이 좀 밝히면 어때, 하면서 클로디아의 후크를 채워주었다. 클로디아는 사라의 말에 대충 동의해주었다. 사라는 클로디아의 부스스한 금발 위에 화려한 장식을 얹어주곤 화장을 이리저리 살폈다. 너 근데 요새 얼굴이 왜 그래. 잠 잘 못 자는 거야? 클로디아는 사라의 오지랖이 싫지 않았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작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사라는 클로디아가 늘 그렇게 애매모호하게 대답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넘어갔다.
3
[txt msg. Hey Claudy Its me, Jess. R U busy now? Why dont we go to sarah of broken leg?]
그 다음 날 제시카 우디버그는 사라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말을 듣고 병신 같은 년이라 말하면서도 병문안을 가지 않겠느냐고 클로디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 한시 쯤이었다. 클로디아의 답장은 제법 늦게 왔다. 두시 쯤이었다.
[txt msg. Sorry I'm busy now but free at 4 O'clock]
클로디아의 문자는 굉장히 문법에 신경 쓴 티가 났다. 제스는 클로디아가 가끔 어려운 영어 단어 앞에서 멍한 얼굴로 은근히 쩔쩔맨다는 걸 떠올렸고, 열심히 영어공부라도 하는 중이 아닐까 생각했다.
[txt msg. OK than call me when u r free]
4
그리고 클로디아를 만나면 영어공부를 하느냐고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던 제스는, 4시 반에 물이 덜 말라 아직 축축한 머리를 한 채 눈을 껌뻑이는 클로디아를 만난 뒤 준비한 질문을 싸그리 날려먹고 완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너 뭐야? 아까 자느라 바빴어? 클로디아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자다 나온 인상이라기보단 생기가 감돌고, 그녀가 어깨에 매고 있는 에코백의 내용물이 제법 신선하다. 수건과 물병, 무언가의 연습복과- 제스는 얼빠진 얼굴로 되물었다. 토슈즈? 클로디아의 얼굴이 빨개졌다. 제스는 일단 사라의 병문안부터 가자고 발을 떼었으나 에코백의 내용물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건 그만두지 않았다. 웬 토슈즈야? 네 거? 취미로? 클로디아는 취미냐고 물은 부분에서 우울한 얼굴로 대답을 주저했다. 제스는 기집애가 빨리빨리 대답 좀 하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물론 제스의 그 말에 악의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클로디아는 난처하게 웃곤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취미라기엔, 제 전부... 예요. 발레를 좋아해? ...네, 사랑해요. 어렸을 때부터... 계속요. 그런데 왜 발레리나 안 하고 스트립걸이나 하고 있는 건데? ...사정이... 복잡해요. 하긴 우리 모두가 그렇지. 그래서, 발레 연습 하는 거? ...얼마 전부터, 용기... 내서 10시부터, 연습하고 있어요. 언제까지? 3시까지요. ...뭐? ...안 되나요? ...야 너 완전 무리하는 거 아냐? 밤에도 춤추잖아. ...그치만, 몸을 풀고, 춤추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돼요. 제스는 클로디아의 얼굴에 번지는 잔잔한 미소를 보곤 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래서 밥은 먹었냐. 음, 사과쿠키 하나…. 그걸로 밥이 돼? ……. 제스는 혀를 찬 뒤, 병문안 선물을 핑계로 사라의 집에 가는 길에 있는 도넛 가게에 들러, 클로디아 손에 글레이즈드 몇 개를 쥐어주고야 말았다. 클로디아는 도넛을 내려다보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잠시 후에 차가운 카페모카가 쥐어졌을 땐 더 했다. 먹으면서 따라와, 나 놓치지 말고. 제스가 단단히 엄포를 놓는 걸 보며, 클로디아는 울상을 지었다. 양손이 다 차서 먹을 수가 없다는 말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