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딜은 도합 세 번째로 제 소맷자락을 붙잡고 불안한 눈빛으로 팔을 떠는 지젤을 보다가 도로 물었다. 저 구두는 싫어? 좋아, 그럼 다른 걸 보러 가자! 그게 아니었다. 지젤은 고개를 세차게 젓더니 겨우 말을 흘렸다. 저, 원피스... 벌써 받았잖아요. 리딜은 대체 뭐가 문제냐는 듯 눈을 껌뻑였다. 하지만 레이디! 원피스를 샀으니 그에 맞는 구두랑 가방도 사야죠! 오빠만 믿어, 오빠가 사줄게! 카드 빵빵하다고! 지젤은 막막한 얼굴을 했다. 그럼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올... 어? 지젤은 더욱 세게 리딜의 소맷자락을 부여잡고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까 써먹은 방법이라 안 되는군! 리딜은 쾌활하게 결론을 내리곤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럼 브런치 맛있게 하는 곳을 아니까 거기 가서 먹자. 구두랑 가방은 포기할게. 그제야 지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리딜은 백화점을 뒤로 하고 브런치 가게를 향해 앞서가기 시작했다. 지젤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젤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있었고, 그 때문에 그녀는 리딜이 데리고 간 브런치 가게에서, 메뉴판을 보자마자 넋이 나간 듯 멍한 얼굴을 해야만 했다. ...비싸요. 리딜은 괜찮으니까 먹고 싶은 걸 먹으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나 리딜이 그 가게에서 두 번째로 비싼 메뉴를 호탕하게 지르는 동안, 그녀는 겨우 핫케이크와 오레오 쉐이크를 골랐을 뿐이었으며 그걸 본 리딜은 그녀를 위해 샐러드를 더 시켜버렸고, 지젤은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졌다.
#유진+지젤
내색하지 않더라도 지젤은 자신이 줄곧 가족이 가지고 싶었음을 잘 알았다. 기실 친척을 찾아보려 했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터무니 없이 늦은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는걸.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기댈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지도 모른다고, 내심 희망 같은 것을 품은지도 몰랐다. 낯설어서, 혹은 용기가 나지 않아서 제가 발걸음을 먼저 떼지 못할지라도. 유진 하웰은 그런 의미에서 무척 친근하고 다정해서 기댈 수 있을 만한 사람이었다. 지젤은 어느 새 유진을 대할 때의 자신이 그리 뻣뻣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호의를 적당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그 증거다. 그녀가 날씨 좋은 주말에 공원에 소풍이라도 가자고 제안했던 것을 부담스럽지 않게 생각한 것 또한. 지젤은 유진이 장미와 향수를 챙겨줬던 것을 생각하고, 뭔가 자신도 해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피크닉 바구니를 챙겨들었다. 곰곰 생각하다 내린 결론은 뭐라도 사가자, 였고 지젤은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일부러 큰 베이커리에 들러 바움쿠헨을 샀다. 그러고 보니 약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그녀는 헐레벌떡 약속장소로 뛰어갔다. 유진은 벌써 와 있었다. 그녀의 개도 함께였다. 지젤은 유진에게 먼저 인사하고, 그녀의 애완견에게도 인사했다. 유진은 사람 좋게 웃으며 적당한 자리를 봐놨다고 말했고, 지젤은 그녀보다 자신이 늦었다는 것에 미안해 했지만 유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지젤은 그런 그녀를 보다가 바구니를 뒤적여 바움쿠헨을 꺼낸 뒤 유진에게 조심스레 빵을 내밀었다. 선물, 이예요. ...유진 씨. 지젤은 그녀의 말을 듣고 좋은 의미로 멈칫한 유진을 보고 수더분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