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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리본, 동그랗게 뜬 눈, 케이크
* 파벨 헤이트레드와 리온 에비히에게 보내는 키워드 : 리본, 동그랗게 뜬 눈, 케이크. kr.shindanmaker.com/215124
* For. 청랑님





  리본 묶는 건 몇 날 몇 일을 거듭해도 파벨에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블리스가 있었을 적에는 리본 묶을 일이 있으면 이런 게 뭐가 문제가 되냐고 하면서 슥슥 잘만 묶어줬는데, 이상하게 그걸 그렇게나 봐 왔음에도 불구하고 파벨은 리본을 그렇게나 못 묶었다. 아오, 씨발. 욕을 내뱉으면서 잠깐 완성품으로 나온 공산품 리본을 쓸까 하고 고민했지만 절대 안 될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으로 케이크를 만들어서 선물하려는 참이니까. 요리랑은 거의 담을 쌓고 살았고, 남은 것은 형수가 남겨둔 몇몇 레시피들 뿐이지만 그걸로 겨우 어떻게든-아마 초심자의 행운이 엄청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맛은 보장 못하지만.

  선물을 받을 당사자인 리온 에비히는 이제 곧 집에 온다고 했다. 잠깐 어디 갈 일이 있었다고 했다. 무슨 일로 갔는진 모르겠지만 이젠 억척스럽게 붙들어 놓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보냈다. 마침 이거 만들어 볼 기회도 되고. 요리랑은 담을 쌓고 살았던 세월이 길어서 대체 이걸 정말 할 수나 있을까 생각은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했으니까 그냥 넘어가자.

  그가 집에 오면, 엄청나게 쑥스럽지만 이 엉성하게나마 묶은 리본을 끌러보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상자를 내밀면 어떤 얼굴을 할까? 분명히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저와 상자를 번갈아 볼 것이 분명하다. 상자를 열면 엄청나게 못 만든 케이크가 나오긴 하겠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한다고 말해줘야지. 파벨은 손을 들어 찢어지려고 하는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감정들은 정말 좋은 것 같아. 알지 못했던 예전의 나는 정말로 불쌍하다고.
  파벨은 그렇게 생각하며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얼른 리온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케이크 선물은 둘째치고, 그냥 고작 몇 시간 안 본 그 얼굴이 너무 그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