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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소다수, 안개꽃, 떨리는 가슴
* 릴케 아메시스트와 프리뮬라 시에볼디에게 보내는 키워드 : 소다수, 안개꽃, 떨리는 가슴 kr.shindanmaker.com/215124 
* For. 시스님
* 로맨스 아닙니다.






  빨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소다수를 빨아먹는 소리가 요란했다. 릴케 아메시스트는 교양없게 음료를 쪼로로록 빨아먹고 있는, 프리뮬라 시에볼디를 그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로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받자마자 프리뮬라는 "뭐요,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요?" 하고 고운 얼굴을 찌푸렸다. 그리고 밀로의 비너스 뺨치는 미모의 아크 크루세이더는 쿨하게 대답했다.

  "그 안개꽃은 좀 내려놓고 마시지 그러나."

  그러나 프리뮬라는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두다다다 쏘아 붙였다. 인간의 한이 담긴 외침이었다.

  "아니, 자기야. 이거 내려놨다가 꽃 뚝뚝 다 떨어지면 어쩌려구 그래요! 아깝게시리. 요새 봉급 깎여서 얼마나 쪼달리는지 알아요? 그 쪼달리는 돈으로 샀단 말이에요, 이거! 꽃 다 떨어지면 자기가 사줄 거냐구요!"
  "어차피 내 방에 놔두기로 한 거잖나? 그러게 봉급 깎일 짓을 왜 하나."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 아니잖아요."

  ……진짜 나, 근 3주 동안 봉급이 야금야금 세 번은 깎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씩 깎였다는 거잖아?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이렇게 봉급을 깎는 거예요? 대체 돈이 뭐길래 내 가슴을 이렇게 떨리는 가슴으로 만들어요!……

  또 시작했다, 또 시작했어. 릴케는 근 3주 동안 잊을 만하면 닥쳐온 프리뮬라의 불행을 잘 알고 있었다. 저번엔 뭘 잘못 던졌다가 조각상 머리를 시원하게 날려버렸고, 또 저번에는 누구랑 술래잡기인지 지옥의 추격전인지 뭔지를 하다가 문과 벽 몇 개를 작살을 냈지, 또 그 저번에는…… 생각하니 머리 아프다. 어쨌거나 그런 연유로 봉급이 깎여서, 프리뮬라는 그 사치스러운 생활을 조금 영위하기 힘들어졌다는 거다. 그런 와중에도 착실하게 지름신은 강림하고 있어서, 오늘의 지름품목은 안개꽃. 다시 한 번 머리 아프게도, 이 꽃은 썰렁하기 짝이 없는 릴케의 방에 놔두겠다고 선언하면서 산 꽃이었다. 대체 남의 방 인테리어는 왜 하는 건데?

  그러나 거기서 더 말하면 릴케는 도무지 남의 방 인테리어 취향존중이 안 되는 프리뮬라가 열이 뻗쳐서 빚을 내서라도, 혹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라도 자기 방에 뭔가를 또 놔두리라는 걸 알았다. 그랬기에 교단에 은근히 즐비하게 널린 '자칭 형님'들을 단번에 뭐 발라 버리는 그 남자, 릴케 아메시스트는 프리뮬라 시에볼디에게 넓은 아량을 베풀어서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이 이상 자기 방에 뭐가 늘어나는 게 참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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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문, 키워드 리퀘스트로 시스님께 드린 글.
  프리뮬라는 아무래도 시온 도렘의 프로토 타입임에 확실하다.
  쓰면서 보니까 둘이 똑같아...... 똑같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