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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

불이 꺼진 집 안은 냉담했다. 재만 남은 난로에서 손톱만한 불씨 몇 개가 힘없이 반짝였다. 멍하니 집안을 바라보던 노이는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려놓고는 불쏘시개를 들었다. 거칠게 재를 들쑤시면 매캐한 향취가 코를 찔렀다. 몇 번의 재채기 끝에 노이는 살아남은 불씨 위로 마른 장작을 겨우 넣을 수 있었다.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다행히 곧 불이 옮겨 붙었는지 난로 속이 환해졌다. 잠시 열기를 쬐던 그는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훈기가 제대로 돌기 전까지는 집안이 미지근할 테니 카디건을 걸칠 생각이었다. 의사는 그 길로 무심하게 니트옷을 하나 찾아 입었다. 검은 사내는 닷새 전에 외출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 노이는 옷을 걸치는 것마저도 무심한 척 가장했으나 그의 부재가 자신에게 제법 싸늘하게 느껴짐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