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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교환 with 밀

처음에는 조금 충격이었던 것도 같다. 비록 실제로는 나잇대가 비슷하긴 해도, 동생처럼 오냐오냐 예뻐하던 두 사람- 플란트와 바델이 그런 사이였다니. 둘 다 내가 밥 맛있게 먹여가면서 예뻐했는데. 질투라기엔 확실히 아니었고 배신감이라기엔 그저 뿌듯하지만 어쩐지 이 귀엽고 예쁜 광경을 보고 있자니 아주 약간 정도는 토라지고 싶은 기분은 무어라 불러야 하는 걸까? 크로울리와 두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도, 알콩달콩하게 옥신각신거리는 두 사람 옆에 앉아 그들을 곁눈질 하고 있는 지금도 노이는 답을 찾지 못했다.


데이트를 하는 두 사람 옆에 앉아 있는 이유를 조금 변명하자면, 정말로 순전히 우연이었다. 일부러 이 옆에 앉아서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려고 했던 건 결단코 아니었다. 아니, 물론 둘은 이해해 줄 것이다. 다름 아닌 두 사람이 저에게 합석을 권유했으니까.


몇 분 전, 단 것이 땡겨 카페에 들어왔을 때 노이는 두 사람을 발견했다. 둘은 햇빛이 잘 드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벌써 한참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플란트는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주제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지만 바델에 대한 이야기임은 확실했다. 매사 장난스러운 바델이 조금은 진지하게 듣는 티가 났기 때문이다. 덕분에 심각한 건 아니겠다 생각했지만 그렇다기엔 플란트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그에 비해 바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한 쪽 어깨를 으쓱이며 슈크림이 삐져나오는 개복치빵의 꼬리를 입에 넣고 있었고 말이다. 선생은 주변의 소음의 틈에서 들려오는 그들의 대화를 너무 엿듣지는 않으려 애쓰며 카운터에서 음식을 주문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듬뿍 얹은 브라우니 한 조각과 우유를 듬뿍 넣은 카페오레 한 잔. 그런 뒤에 일부러 그들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큰 우산무화과 나무가 심겨진 화분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진 몰라도 대화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의자를 뺄 때조차 조심스럽게 앉고 나니 참 간사하게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이렇게까지 앉아야 하는 거지? 이럴 필요까지는 없지 않았나? 그런 노이의 뒤로 시킨 음식이 나왔음을 알리는 점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음식을 가지고 돌아오는 중에, 그들에게 들키고 만 것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합법적으로 대화에 참여하는 거지. 방해하는 게 아니야. 선생은 스스로 되뇌며 포크를 열심히 움직였다. 갈색의 조각이 연거푸 입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에도 플란트는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이제는 무슨 대화인지 안다.


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바델 루 티아, 성치 않은 몸으로 임무를 나가도 되는가?'


"─델, 가족이니까 당연히 걱정할 수밖에 없는 거라구요. 강요하는 게 아니라요."

"근데 뺄 수 없는 임무라서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저번에 따아악 한 달만 그럴 거라고 했잖아. 꼭 돌아올 거라고도 했고."

"역시 다시 생각해봐도 걱정돼서 그래요. 상처가 쉽게 안 아무는데 어떡해."


끼이잉. 플란트가 곧잘 짓곤 하는 예의 그 표정, 강아지 같은 얼굴을 해보였다. 바델은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손을 뻗어 복복복, 플란트의 머리를 익숙하게 쓰다듬었다. 그의 손길이 좋은지 플란트의 입술이 약간 씰룩였지만 쉽게 물러나지 않으려는 듯이 눈빛이 결연하다. 그러다 갑자기 고개가 홱, 제 쪽으로 돈다.


"선생님도 한 마디 해주십쇼."

"아? 갑자기?"

"델이 상처 덜 아물었는데 임무 간다고 하잖슴까."


노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안 될 말이라며 바델에게 딱밤이라도 놓는 시늉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애초에 효과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델은 크로울리만큼 고집이 세고, 플란트는 바델에게 어떤 의미로든 소중한 사람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인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건, 의견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 아닐까.


"네 말을 안 듣는데 내 말이라고 듣겠니."

"그래도요."


선생의 입가에 웃음이 묻어났다. 문득 잠시 플란트의 집에 불이 나서, 제 집에 머물렀을 적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에 느낀 것이 하나 있었다. 플란트도 어지간히 고집이 세다는 것, 종종 이렇게 고집을 부릴 때면 떼를 쓰는 어린애 같기도 하다는 것─ 아. 선생은 문득 깨닫는다. 그래서 크로울리가 나에게 아이 달래는 것 같다고 그랬던 건가. 괜히 저도 부루퉁해지는 기분이 들어 노이는 브라우니를 한 입 더 욱여 넣었다. 그러고 나서는 한 마디를 하는 것이지.


"그래도 바델은 꼭 돌아온다고 했잖아. 너랑 한 약속 같은 거 어길 사람도 아니고."

"당연하지."


문득 말과 말이 이어지는 그 간극에서 노이는 정적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여태 이름을 붙일 수 없었던 복잡한 기분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떠오른 생각의 파편을 기우며 노이는 크로울리를 떠올렸다. 그는 반드시 가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바델은 반드시 돌아온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아, 그래. 이제야 알았다. 노이는 포크를 접시 위에 조용히 내려놓으며 무심코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부럽네."


두 사람의 시선이 노이에게 꽂힌다. 노이는 퍼뜩 고개를 들고 두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여튼, 그, 플랑."


초록 눈동자가 저를 응시한다. 질투의 빛깔이라고 하던가, 저 색.

플란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노이로선 웃음이 나왔다. 많이 참아야겠다. 너도, 나도.


"어차피 바델은 꼭 갈 것 같은데... 가족이니까, 믿고 기다려줘."


바델이 의기양양해진 얼굴로 한 쪽 입꼬리를 올린다. 반면 플란트는 시무룩해졌다. 보이지 않는 귀가 축 처진 것 같은 환상을 보며, 노이는 두 손을 들어 두 사람의 머리를 한 번에 복복 문질렀다.


"어린애 취급하는 거 아니지?"


바델의 노란 눈이 자신을 똑바로 응시한다. 노이는 늘 제가 보는 눈에 비하면 영 순한 그 빛깔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냥 둘이 잘 지내는 게 예뻐서 그랬어."

"......이게 무슨 할머니 같은 발언이람."


노이는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선생님은 허리가 쑤셔서 안 되겠다. 이만 일어나야겠어. 데이트 즐겁게 해, 본의 아니게 끼어들게 되어 미안했어요."


두 사람의 배웅을 받으며, 선생은 주머니를 뒤적였다. 지갑이 어디 갔더라.

더욱 행복하고 성공적인 데이트를 응원해줄 겸, 그들이 먹은 것까지 죄다 계산을 해주고 갈 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