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글
벨져, 부탁이 있소. 별 것 아니오. 내가 언제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걸 보았소? 그대에게 무리한 일은 내 결단코 부탁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안심하오. 허어, 그런 눈으로 보지 말고. 자아, 눈을 감아, 벨져. 하나, 둘.
셋.
벨져의 귓가에 마지막 숫자가 파득 튀어오른 순간, 갑자기 벨져는 제 머리 위에 무언가 가벼운 것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타키온은 고약한 장난을 칠 이가 아니었으나 무심결에 드는 생각은 생명체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 머리칼을 지나 어깨까지 흘러내린 미지의 물체에게선 온기가 없었고, 어떤 무거움도 없었다. 그것들은 깃털보단 무거웠으나 보석보단 가벼운 것들이었다. 이어 코끝을 은은하게 달구는 어떤 향들이 있다. 벨져는 그제야 눈을 슬그머니 떴다. 꽃이었다. 새하얀 꽃.
눈앞에서 릭 톰슨이 웃었다. 어여쁘구려. 홀든의 명예를 어깨에 이고 사는 우아한 남성에게, 어여쁘다는 말이 실례가 될 수 있음을 알았으나 릭은 그 말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기실 지금만큼은 홀든의 명예 대신 수많은 향기를 머리와 어깨에 이고 있는 벨져 홀든이 터무니없이 아름다웠으므로. 아니다, 틀렸다. 그는 언제나 아름답다.
릭이 웃는 내내 벨져는 심기가 불편한지 얼굴을 구기며 손을 들어 제 머리에 얹힌 꽃 하나를 집어내렸다. 이게 무엇이냐, 릭 톰슨. 릭은 가볍게 대답했다. 치자꽃이라오. 그대를 닮은 꽃이지. 능청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운 릭은 너무 많은 꽃들이 은발에 엉킨 것에 곤란해 하는 벨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 매혹적인 향도, 정결한 색깔도 모두. 꽃이 그대를 닮았소. 벨져 홀든. 벨져는 한심하다는 듯 코를 울리곤 눈을 감았으나 릭은 마냥 행복했다.
그는 정말로 봄처럼 아름다웠다.
아니, 그가 봄이다.
벨져 홀든이 릭 톰슨의 봄이었으므로.
셋.
벨져의 귓가에 마지막 숫자가 파득 튀어오른 순간, 갑자기 벨져는 제 머리 위에 무언가 가벼운 것들이 우수수 쏟아지는 것을 느꼈다. 타키온은 고약한 장난을 칠 이가 아니었으나 무심결에 드는 생각은 생명체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 머리칼을 지나 어깨까지 흘러내린 미지의 물체에게선 온기가 없었고, 어떤 무거움도 없었다. 그것들은 깃털보단 무거웠으나 보석보단 가벼운 것들이었다. 이어 코끝을 은은하게 달구는 어떤 향들이 있다. 벨져는 그제야 눈을 슬그머니 떴다. 꽃이었다. 새하얀 꽃.
눈앞에서 릭 톰슨이 웃었다. 어여쁘구려. 홀든의 명예를 어깨에 이고 사는 우아한 남성에게, 어여쁘다는 말이 실례가 될 수 있음을 알았으나 릭은 그 말을 아니 할 수 없었다. 기실 지금만큼은 홀든의 명예 대신 수많은 향기를 머리와 어깨에 이고 있는 벨져 홀든이 터무니없이 아름다웠으므로. 아니다, 틀렸다. 그는 언제나 아름답다.
릭이 웃는 내내 벨져는 심기가 불편한지 얼굴을 구기며 손을 들어 제 머리에 얹힌 꽃 하나를 집어내렸다. 이게 무엇이냐, 릭 톰슨. 릭은 가볍게 대답했다. 치자꽃이라오. 그대를 닮은 꽃이지. 능청스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치운 릭은 너무 많은 꽃들이 은발에 엉킨 것에 곤란해 하는 벨져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그 매혹적인 향도, 정결한 색깔도 모두. 꽃이 그대를 닮았소. 벨져 홀든. 벨져는 한심하다는 듯 코를 울리곤 눈을 감았으나 릭은 마냥 행복했다.
그는 정말로 봄처럼 아름다웠다.
아니, 그가 봄이다.
벨져 홀든이 릭 톰슨의 봄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