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내리자 제법 살벌한 소문들이 도시를 떠돌기 시작했다. 바로 어젯밤에, 자가용을 탄 채 한 시간 정도 밟으면 나오는 부둣가에서 도시의 패권을 잡고자 하는 이들이 또 다툼을 벌였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주된 것이었고 아마 그 중 몇 명은 상어밥이 됐을 것이라는 근거가 아주 없지 않은 핏내나는 후일담도 함께 했다.
어딘가 코뿔소를 닮은 늙은 모텔 주인은 커튼으로 살짝 가려놓은 카운터 안쪽 휴게실에서, 그 놈들은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에 뭘 그리 패권이고 나발이고에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허공에 흩뿌린 뒤 창가의 재떨이 위에 잎담배를 비벼껐다. 그 옆에서 마작패를 갖고 혼자 탑을 쌓고 있던, 여우를 닮아 째진 눈을 가진 영감이 히히거리며 손가락을 퉁겼다. 그네들한텐 그게 목숨인갑지. 그가 쌓아놨던 마작패는 단 한 번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우르르 무너졌다. 코뿔소는 마작패가 쓰러진 모양이 방금 자신이 말한 총잡이들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바깥에서 붉은 땅거미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건물 자체가 서향이었던 탓에 석양은 두 영감이 있는 휴게실을 주홍색으로 가득 채웠을 뿐만 아니라 이미 비벼끈 잎담배 끝에도 붉게 내려앉았다. 마작패를 정리하던 여우가 그 담배엔 아직도 불이 붙어있냐고 여우가 물었다. 여우가 긁어모으던 마작패를 보고 있던 코뿔소가 그 말을 듣고 재떨이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바깥에서 '실례합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어기적거리며 휴게실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 카운터 앞에 지친 얼굴의 한 소녀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끔뻑였다.
큰 짐 하나를 들고 선 소녀는 눈을 내리깔고 먼 이국의 강한 성조가 남아있는 코뿔소의 모국어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리 또랑또랑하진 않은 목소리로 하루 묵는 가격을 물었다. 코뿔소는 하루에 얼마라고 대답해준 뒤 얼마나 묵을 거냐고 되물었다. 소녀는 고민하다가 최대 얼마나 묵을 수 있냐고 말했다. 돈 있는 만큼이라고 대답한 주인은 이런 질문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돈이 그리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주인은 실제 장기 투숙객에겐 약간의 할인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많이 깎아줄 테니 되는 만큼 쉬라고 말하진 않았다. 아직 소녀가 얼마만큼 묵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타이밍이 아니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함부로 그런 호의를 베푸는 건 도리어 좋지 못할 때도 있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가계부에 언제든 타격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손님과의 쓸데없는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게 바로 돈 문제니까.
"여행객이오?"
하지만 소녀의 대답은 쉬이 돌아오질 않는다. 이미 마작패 놀이가 지겨워진 여우 상의 남자는 옆 통로로 빠져나간 뒤인지라 마작패의 잘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참다 못한 주인이 예비 손님을 앞에 두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잎담배를 하나 더 물까 생각했을 때, 소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일단은요."
소녀는 코뿔소의 눈치를 보았다. 영감은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님에게 필요한 만큼의 관심은 있다는 것을 슬그머니 드러내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다시 물읍시다. 얼마 정도 묵을 생각이오?"
"음, 일주일… 정도요."
"그러시오. 그렇다면야 좀 깎아드리지."
손을 놀려 숙박부를 꺼낸 주인은 펜꽂이에서 펜 하나를 꺼내어 숙박부 옆에 놓았다. 숙박부를 본 소녀는 주섬주섬 신분증을 꺼내 주인에게 보여주었다. 신분증을 확인한 코뿔소는 이렇게 어린 소녀가 혼자 이런 곳을 여행한다는 것에 속으로 신기해 하면서 열쇠를 건네주었다.
어딘가 코뿔소를 닮은 늙은 모텔 주인은 커튼으로 살짝 가려놓은 카운터 안쪽 휴게실에서, 그 놈들은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에 뭘 그리 패권이고 나발이고에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허공에 흩뿌린 뒤 창가의 재떨이 위에 잎담배를 비벼껐다. 그 옆에서 마작패를 갖고 혼자 탑을 쌓고 있던, 여우를 닮아 째진 눈을 가진 영감이 히히거리며 손가락을 퉁겼다. 그네들한텐 그게 목숨인갑지. 그가 쌓아놨던 마작패는 단 한 번 손가락을 튕겼을 뿐인데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우르르 무너졌다. 코뿔소는 마작패가 쓰러진 모양이 방금 자신이 말한 총잡이들 이야기 같다고 생각했다.
바깥에서 붉은 땅거미가 스멀스멀 기어들어왔다. 건물 자체가 서향이었던 탓에 석양은 두 영감이 있는 휴게실을 주홍색으로 가득 채웠을 뿐만 아니라 이미 비벼끈 잎담배 끝에도 붉게 내려앉았다. 마작패를 정리하던 여우가 그 담배엔 아직도 불이 붙어있냐고 여우가 물었다. 여우가 긁어모으던 마작패를 보고 있던 코뿔소가 그 말을 듣고 재떨이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바깥에서 '실례합니다.' 하는 소리를 듣고 어기적거리며 휴게실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곧 카운터 앞에 지친 얼굴의 한 소녀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끔뻑였다.
큰 짐 하나를 들고 선 소녀는 눈을 내리깔고 먼 이국의 강한 성조가 남아있는 코뿔소의 모국어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리 또랑또랑하진 않은 목소리로 하루 묵는 가격을 물었다. 코뿔소는 하루에 얼마라고 대답해준 뒤 얼마나 묵을 거냐고 되물었다. 소녀는 고민하다가 최대 얼마나 묵을 수 있냐고 말했다. 돈 있는 만큼이라고 대답한 주인은 이런 질문을 단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녀는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돈이 그리 많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주인은 실제 장기 투숙객에겐 약간의 할인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많이 깎아줄 테니 되는 만큼 쉬라고 말하진 않았다. 아직 소녀가 얼마만큼 묵을지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타이밍이 아니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함부로 그런 호의를 베푸는 건 도리어 좋지 못할 때도 있다는 걸 그는 잘 알았다. 가계부에 언제든 타격을 줄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손님과의 쓸데없는 트러블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게 바로 돈 문제니까.
다만 최대 얼마나 묵을 수 있냐는 그 질문은 도통 이상한 지라, 코뿔소는 다시 물었다.
"여행객이오?"
하지만 소녀의 대답은 쉬이 돌아오질 않는다. 이미 마작패 놀이가 지겨워진 여우 상의 남자는 옆 통로로 빠져나간 뒤인지라 마작패의 잘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리질 않았다. 참다 못한 주인이 예비 손님을 앞에 두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잎담배를 하나 더 물까 생각했을 때, 소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일단은요."
소녀는 코뿔소의 눈치를 보았다. 영감은 무뚝뚝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손님에게 필요한 만큼의 관심은 있다는 것을 슬그머니 드러내보이며 말했다.
"그래서, 다시 물읍시다. 얼마 정도 묵을 생각이오?"
"음, 일주일… 정도요."
"그러시오. 그렇다면야 좀 깎아드리지."
손을 놀려 숙박부를 꺼낸 주인은 펜꽂이에서 펜 하나를 꺼내어 숙박부 옆에 놓았다. 숙박부를 본 소녀는 주섬주섬 신분증을 꺼내 주인에게 보여주었다. 신분증을 확인한 코뿔소는 이렇게 어린 소녀가 혼자 이런 곳을 여행한다는 것에 속으로 신기해 하면서 열쇠를 건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