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의 글로 구성돼 있습니다. 소설 3편, 에세이 2편이고 당연하지만 소설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첫 번째 글은 제 기준에서 좀 아는 맛이라 신선함이 덜했던 반면, 나머지 글들은 제법 괜찮은 SF맛이라 느껴져서 좀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과학적 무언가가 묻어 있는 SF글이라서 중간중간 생긴 건 익숙하지만 의미가 기억나지 않는 단어들이 튀어나와서 "그래서 이게 뭔데?" 싶은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읽힌다는 게 또 신기했고요. SF소설이라고 이미 머릿속에서 정의해 놓고 읽어서 그런가, 어쩐지 다 읽고 나니 쇠맛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글인 소설, '옛 동쪽 물가에' 라는 글이 제일 좋았습니다. 대체역사 SF물? 같은 건데요, 반전? 이라고 해야 할까? 결말이 제법 신선했거든요! 저는 너무 좋았어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시게 되면 이 글만이라도 슬쩍 들춰보셔도 좋겠다고 감히 추천 드립니다. 다섯 번째의 소설 '창조엔진' 도 좋았어요. 소재가 게임과 연관돼있어서 그런가, 신나게 했던 문명발전 우주 게임을 떠올리면서 읽을 수 있었거든요. 여기 실린 글 중에 가장 SF느낌이 솔솔 나는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읽는 중간 문득 SF 책의 정의가 궁금해졌었어요. (너무 죄송하지만 재미가 없었어서 기억에 남지 않은) 첫 번째 에세이 때문에 그랬는데요, 어떤 글형식이든 약간이나마 공학적이고 수학적이고 과학적이면서 우주적인 맛이 아주 조금 가미되었다면 그것도 SF 장르로 쳐주는 걸까? 사이언스 픽션이니까? 하지만 안드로이드 같은 그런 "진부한" 소재는 꼭 SF소설에서 등장하는 것만도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좀 더 읽어보고 맨 마지막 엮은이의 말 따위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또 다른 에세이를 읽으면서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냥 좀 큰 장르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거니 싶었거든요. 몇 개의 SF 장르 책을 더 읽어볼까 싶기도 했습니다.
1 : 카나트 (소설)
다 읽고 나서는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 영화 특유의, 찝찝하고 모래맛이 느껴지는 열린 결말 같은 느낌... 소재는 좀 진부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드로이드 같은 건 솔직히 너무 많이 나온 소재 아닌가? 하지만 글 자체의 느낌은 좋았던 것 같다.
2 : SF와 삶 (에세이)
기억 안 남... 죄송하지만 생각보다 재미가 진짜 없었어서 기억에서 휘발된 듯...
3 : 옛 동쪽 물가에 (소설)
와, 이건 진짜... 소재가 참신하고 신박한 글이었다. 상상력을 이용해 과거와 미래를, 문학과 과학을 절묘하게 엮어 놓은 솜씨에 감탄했다. 마지막에 적힌 평론을 보니 대체역사SF라고 적혀 있군... 여기 수록된 글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처음에 읽을 땐 시큰둥했었는데 마지막 반전? 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지식을 새롭게 소설에 소재로 녹여냈음을 알았을 땐 솔직하게 상 받을 만하다 했음. 내가 삼국시대 문학과 향찰을 좀 더 많이 공부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4 : 자갈 어쩌고 (에세이)
에세이. 처음엔 이게 뭔가 했는데... 스스로를 자갈에 비유해서 SF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자갈의 진화! 라고 표현했음을 끝에 가서 알았다. 성장하는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는 싫어하지 않았고, 읽었던 SF 장르 글들의 제목을 적어주어서 나중에 읽어봐야지! 싶었다. 고마워요! 새로운 책 추천!
5 : 창조엔진 (소설)
읽다 보니 그냥 이거 게임 메이커들의 이야기잖아? 싶었는데 진짜였음. 근데 이제 우주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 신나게 했던 문명발전 우주 게임을 떠올리면서 읽었더니 술술 읽혔다. 2인칭 관찰자 시점 같은 글이었는데 나로서는 언젠가 한 번 써보고 싶었던 시점, 그러나 제대로 쓰지 못했던 시점이라 약간의 질투가 나기도 했음. 소재는 아는 맛이지만 요리 방법이 신선했어서 잘 읽었다. 하지만 역시 버그는 악용하지 말자. 운영진에게 제보하세요.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여기 실린 글 중에 가장 SF느낌이 솔솔 나는 글이었다는 평.